나에겐,
김혼비로 시작해 남궁인으로 끝난 책.
순전히 김혼비 작가 이름을 보고 구매함.
그런데 정작
김혼비의 글들은
내가 <다정소감>에서 읽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다른 작가들의 글도 좋았지만
남궁인 작가의 글은 독보적으로 매력적이었다.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내 취향)
책을 덮자마자 바로
교보문고 어플로 직행하여
남궁인 작가의 책들을 장바구니에 쓸어담았다는🤗.
여튼,
작가들이 각자 하나씩의 주제를 내어
같은 주제를 두고 일곱 작가들이 각각 쓴 에세이를 읽는 재미는
기대 이상으로 쏠쏠했다.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또 사 볼 의향 100%.
얼마 전
소설책을 읽다 처음 본 단어를 검색하다가 보게 된
어떤 블로그에는
일상에서 사용되지 않을 법한 어휘(그날 내가 검색했던 그 단어)의 뜻과 예문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소설'만 읽는 이유는
누구나 작가가 가능한 얄팍한 수준의
에세이에서는 절대 이러한 어휘를
보고 배울 수 없기 때문.
딱히 공감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에세이집을 읽으며
더욱 공감할 수 없게 되었다.
ㅋ_ㅋ
사전을 찾아 봐야 할 정도로 생소한 단어는 없었지만,
여느 소설에 버금가지 않을 만큼의
다채롭고 풍부한 어휘들을 깊게 맛보았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도통 내용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있는
오늘의 내 리뷰🤗🤗.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둔 페이지들 +
P.21
가슴 한쪽에 자리했을 끔찍한 슬픔과 원망과 분노를 누르고 친구가 가진 죄책감의 무게와, 그 무게를 유독 혹독히 짊어지고 살 게 분명한 친구의 성정을 헤아리는 사람의 그 깊고 넓은 속. 남는 건 모진 상처와 자괴뿐일 걸 알면서도 감정에 휩쓸려 파탄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럼에도 절대 그 경계선을 넘지 않고 그 바깥에 단단하게 서서 호흡을 고르며 다른 걸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P.22
영화 <캐롤>에서 캐롤이 "We are not ugly people."이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ugly해질 수 있고, ugly해질 수밖에 없고, ugly해지기 마련인 상황에서, 자신과 상대를 구해 낼 수 있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P.34
설렘과 간절함의 중심에는 똑같이 요동이 있지만, 전자의 요동이 맥이라면 후자의 요동은 맥박에 가깝다. 맥이 풀려도 맥박은 뛴다.
P.65
어떤 사람에 빠져, 그 사람이 한 뭉치의 두툼한 원고 뭉치로 보일 때 일기를 썼다. 그런데 이 순간을 경계한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 글로 보일 때. 이때, 글을 통해 내가 얼마나 쉽게 위선적인 사람이 되는지 깨닫고 놀란 적이 많다. 더불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뮤즈가 되기를 바라지 않고, 나 또한 누군가의 뮤즈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하여금 연필을 잡게 할 때, 일기를 쓰고 싶게 할 때, 이 충동에 적당히 대응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 사랑을 소중히 지켜 내는 것, 이 모두를 고려하려고 노력한다.
P.127
집과 방은 다른 공간이다. 집이 몸을 두는 공간이라면 방은 몸과 마음을 함께 둘 수 있는 공간이다. 다시 돌아와야 할 자신만의 방이 없는 사람의 몸과 마음은 조금씩 소진되어 간다. 몇 채의 집을 가진 사람보다도 안온하고 완전한 하나의 방을 가진 사람이 더욱 행복할 것이다. 집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방을 구하는 데는 (당연히 돈도 필요하겠지만) 조금 더 많은 삶의 조건들이 필요하다.
P.181
뇌이쉬르마른은 생각했다. '혹시 내가 순대 시를 쓰려고 순대를 만나러 가서 순대가 기분이 나빴나.' 그러니 뿌팟퐁커리를 만나러 가면 뿌팟퐁커리도 기분이 나빠서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뇌이쉬르마른은 염려한다.
P.183
뇌이쉬르마른은 엄마가 부르는 단어를 받아쓴다.
엄마 : '빵점' 써봐
뇌이쉬르마른 : (빵점이라고 쓴다)
그러자 엄마는 맨 아래칸 나무 모양 빈칸에 "100점"이라고 써준다.
빵점인데 100점인 상황은 엄마라는 사랑이야, 뇌이쉬르마른은 빵점과 백 점을 엄마와 연결 지어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사는 동안 빵점을 맞아도 엄마 생각이 났고, 100점을 맞아도 엄마 생각이 났다.
P.189
어떤 글은 머릿속에 돌이 쌓이듯 쓰인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탑을 세울 수 없을 때는 돌무더기를 만드는 수밖에. 그것이 돌탑이 될지 돌무덤이 될지 모르지만, 게가 들어가지 않은 푸팟퐁커리보다는 나을 것이다. 돌무더기 속에는 적어도 돌이 있으니까.
P.224
비 온 후에 사람들은 산책로 곳곳에 놓인 의자를 그냥 지나친다. 젖어서 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는 그랬다. 사람을 일으켜 세워 걷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젖은 의자에 앉는 사람은 비도 어쩔 수 없는 슬픈 사람이다.
P.254
"그러니까 네 하늘 위 별들과 내 하늘 위 별들이 완전 반대라는 거지?"
"말하자면 그렇지."
"그럼 네 하늘과 내 하늘을 합치면 우주네?"
"뭐?"
"그렇잖아. 이렇게 차트 두 개를 포개면 겹치는 거 하나 없이 우주가 되는 거잖아. 너랑 나랑 합치면 우주야."
P.265
수리마리파라는 고래를 은밀히 짝사랑했지만 고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고래 옆에 있을 땐 세상이 연해졌다. 주변이 신경 쓰이지 않았고 그래서 주변 자극에 둔해졌다. 세상이 계속 흐릿하고 연할 수 있다면 고래 옆에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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